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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농민 주일 담화
생명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
 

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원인을 찾고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또한 21세기 들어 자주 발생하는 새로운 감염병은 인류가 자연 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반성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통 백신 접종과 일상으로의 복귀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지친 까닭에, 고통과 불안을 겪으면서 정작 깨우쳐야 할 중요한 교훈을 놓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막연하게 느껴 오던 기후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50여 일에 이르는 긴 장마를 비롯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발생했던 이상 기후 현상이 한 해에 모두 일어났습니다. 기후 변화를 지켜보던 단계에서 이제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온몸으로 겪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색과 환경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절박한 위기감을 가리고, 개발과 이익에 대한 탐욕을 곳곳에 숨기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생활 양식과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한 반성과 변화, 생태적 회개가 없는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화된 관행 농업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자연 친화적일 것 같은 농업과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축산업이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력을 높이려고 살포하는 화학 비료는 제조와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가격 경쟁을 위하여 끊임없이 진행되는 규모화와 기계화 과정에서 전통적 농업 생산 기술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토종 종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업화된 농업 생산물은 화석 연료를 태워 가며 전 세계로 이동됩니다.
대기업과 거대한 유통 자본이 농산물 생산과 식량 소비의 전 과정에서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농민이 자영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하였고, 서로 협동하던 농촌 공동체가 기업 자본에 종속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촌이 피폐해졌고, 지구 곳곳 가난한 나라의 농업 체계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산업화된 관행 농업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 되었고, 농민은 가난해지고, 농촌은 인구가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농업과 생태 공동체
 

이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공동체적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해 가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며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자연의 순환 원리를 존중하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여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종자를 보존하여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식량 주권을 수호해야 합니다. 농민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일에 전념하여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농민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의 구성원으로 농촌 공동체를 이루고 지켜 가야 합니다. 농업이 제자리를 찾고 농민 스스로 기쁘게 일하며 농촌의 삶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안정적인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하는 생명 공동체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동참하고자 주교회의 2020년 추계 정기 총회에서 특별 사목 교서와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지침은 생태 교육이 시작되는 가정 공동체에서 일어난 변화가 사회와 세상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정에서부터 식생활 습관을 새롭게 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당 공동체에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통하여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활성화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은 거래와 사업이 아닌 운동과 실천입니다.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생각하며 생산하고, 생산자의 안정적인 삶을 배려하며 소비하여, 멀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운동입니다. 유기 순환적 자연 질서를 회복하여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고, 자연 생태계와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는 실천입니다. 농촌을 살리는 운동이면서, 결국 우리 자신을 살리며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교회의 사목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세상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와 생명을 회복시키는 생명 공동체 운동에 한국 천주교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2021년 7월 18일 제26회 농민 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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