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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온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며 환호하는 이 축제의 시기에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이 보여 준 믿음과 사랑은(루카 1,26-38; 마태 1,18-25 참조) 한 줄기 은은한 빛이 되어 고요히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구유에 누인 채 마리아와 요셉이 서로를 위로하며 건네는 사랑의 눈길은 그동안 겪었던 수고로움에 대한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성탄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다가올 역경에 용감히 맞서 생명을 선택한 마리아와 요셉을 마주합니다. 아직 이들은 장차 이 아기가 어떤 인물이 될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아기로 말미암아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또 앞으로 겪게 될 고단한 미래는 짐작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마리아와 요셉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생명을 저버리지 않고, 오히려 생명을 품어 안았으며 그 선택은 세상의 구세주를 낳았습니다.

 

  살아 있는 우리 모두는 생명입니다. 그리고 생명은 생명을 필요로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나약하고 힘없는 생명은 반드시 다른 생명의 보살핌과 희생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생명의 유대는 상호 간의 나눔과 희생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생명의 유대가 나눔과 희생이 아닌 착취와 억압으로 변질된다면 이러한 유대는 끊어지고 마침내 고립된 생명은 죽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죽음의 문화는 생명의 유대가 끊어져 가고 있음을 잘 보여 줍니다. 타인의 생명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죽음의 문화는 폭언과 폭행을 넘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죽음의 문화가 생명의 보금자리인 가정 안에까지 깊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부부 사이에, 부모 자녀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폭력은 약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합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고유한 피조물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미물일지라도 의미 없이 존재하는 생명은 없습니다. 하물며 인간 생명은 얼마나 더 귀한 의미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인간은 그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습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부모와 자녀가 이루는 생명의 유대는 더욱 그러합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소유하며 자녀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믿음과 사랑으로 보살피며 자녀의 생명이 의미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가정은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를 품어 안는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부부의 사랑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가운데 완성되며 하느님 구원 사업의 거룩한 여정에 참여합니다. 비단 성탄의 신비 안에서 드러나는 마리아와 요셉에게서뿐만 아니라 혼인의 서약으로 맺어진 모든 부부와 그들이 이루는 가정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하고 있음을 바라봅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을 품는 가정은 거룩하고 복됩니다.

 

  특별히 자신에게 닥칠 온갖 시련에 용감히 맞서 생명을 선택하고 지켜 낸 이들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합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선택하고 지켜 낸 마리아와 요셉을 닮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인류 구원의 빛을 밝히 비춘 이들이고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온 세상에 알린 이들입니다. 이처럼 세상이 아무리 개인의 삶을 중시하며 이기적으로 흘러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생명을 품에 안는 용감한 이들이 있는 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가정 성화 주간을 보내면서 온전한 생명으로 나와 함께 유대를 맺고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리아와 요셉이 나누었던 감사함과 미안함의 다정한 눈길을 건네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의 가정 안에 성탄의 축복과 은총이, 서로의 생명을 품어 안는 가운데 충만히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2018년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이성효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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