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2023.12.20 18:05

2024년 본당사목지침

조회 수 15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진수.jpg

 

2024년 본당사목지침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3)

 

전례력으로 나해인 올해 첫 번째 주일, 대림 1주일 복음 말씀의 핵심어는 입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잠은 너무 과도해도 문제이고 너무 부족해도 문제입니다. 잠은 삶이 양가적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성경에서도 잠은 결정적인 장면들에 등장하며 인간 실존의 양면성을 계시합니다. 아담의 잠(창세 2,21)을 필두로 아브라함의 잠(15,12), 야곱의 잠(28,12)을 거쳐 사울(1사무 26,7) 엘리야의 잠(1열왕 19,5)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도 요셉의 잠(마태 1,20; 2,13.19.22)으로 시작해서 여러 유형의 잠을 소개합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마르 5,39)과 라자로의 죽음(요한 11,11)은 주님 친히 당신 스스로를 계시하시는 장으로서 특별한 의미의 잠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주님의 핵심 세 제자(베드로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의 잠이 중요합니다. 그들은 타볼산(루카 9,32)에서나 겟세마니(마르 14,37)에서 잠들지 말아야 했습니다. 주님의 참된 신원과 운명이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든 잠도 있고 하느님께서 쏟으신 잠도 있습니다. 차라리 깨지 않는 것이 좋았을 잠도 있고 하느님께서 깨우시는 잠도 있습니다. 스스로 든 잠의 경우 어쨌든 깨어나야만 합니다. 잠이 일종의 도피처이기 때문입니다. 실망이나 절망 또는 두려움이 너무 크면, 잠만이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스스로 청하는 작은 죽음입니다. 그래서 심층 심리학적으로 잠은 흔히 무기력으로 번역되는 lethargy(라틴어로 lethargia)와 연관됩니다. lethargy의 어근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망각의 강인 lethe입니다. 잠은 극복 못할 현실 앞에 무기력의 결과이고 망각에로 이끕니다. 잊어서는 안 될 것(모두가 죽으며 믿음으로 다시 살 것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진리에 역행합니다. 그리스어로 진리는 lethe에 부정 접두어 a가 결합된 aletheia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잊지말아야 할 것을) 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억(기념)하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동사 memento2(소유격) 지배 동사인 것도 의미론적으로 부합됩니다. 누군가를, 무엇을 진정으로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생각 속에 떠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속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나에게 그리고 내가 그에게 속해있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기억하다는 의미의 remember 역시 동일한 사실을 가리킵니다. 기억은 re, 다시금 ‘member로 만들기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속해있는 자들이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다시금 우리에게 속한 자들로 되돌려지기 위해서입니다.

 

- 모든 민족이 주님께 속해있기에, 우리에게도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선교의 이유).

- 가족중 냉담 중인 자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주님께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냉담자 권면 이유).

- 주님 품에 있는 자들이 여전히 우리에게도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연령회에 대한 관심).

- 몸과 마음이 아파 스스로 고립될 위험에 처한 자가 주님 안에 우리에게 속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병자들과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

 

거창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내 주변에 망각의 늪에 빠져드는 자들이 있지 않게 잠들지 않고 깨어있을 수 있는은총을 청하는 한 해 되길 빕니다.

 

2024년 대림 1주일

거창본당 주임 이진수(스테파노)신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9대 거창성당 사목협의회 조직도 file 김(프란치스코) 2025.02.14 345
239 2025년 제33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5.01.22 263
238 제6대 교구장 착좌 축하를 위한 기도선물 안내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5.01.17 298
237 29대 거창성당 사목협의회 조직도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5.01.17 302
236 마산교구 사제 인사발령사항 및 홍보국 신설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5.01.03 536
235 2025년 본당 사목지침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12.24 468
234 제6대 마산교구장에 이성효(리노) 주교 임명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12.22 402
233 성탄 담화문 - 교구장 서리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12.19 305
232 2025년 사목교서 - 교구장 서리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11.28 371
231 제57회 군인 주일 담화문(2024.10.13)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10.02 297
230 마산교구 제3대 교구장 박정일(미카엘) 주교 선종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8.30 349
229 2024년 제29회 농민 주일 담화(7/21)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7.08 407
228 2024년 교황주일(6/30)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6.25 382
227 거창성당 84주년 본당의 날 (성지순례) 행사 계획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5.13 457
226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4/21)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4.16 355
225 2024년 교구장 서리 부활담화문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3.27 373
224 정부와 의료계에 열린 대화를 촉구하는 주교회의 의장 담화문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3.13 462
223 2024년 사순 시기 교황 담화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2.06 366
222 제32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2.11)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1.30 308
221 2024년 제32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2024.1.28)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1.23 507
220 마산교구 사제 인사발령 file 김규태(프란치스코) 2024.01.05 142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