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본당 사목지침

by 김규태(프란치스코) posted Dec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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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수 주임신부님 사진.jpg

2025년 본당 사목지침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루카 9,18)

 

 

전례력으로 다해인 올해 루카복음이 주도적으로 낭독됩니다. 마태오복음에서처럼 비유가 많이 등장하지만, 루카복음에는 여러 상황에서 주님께서 기도하셨다는 사실이 자주 묘사됩니다. 루카복음은 명실상부 기도의 복음입니다. 루카복음이 육화의 신비를 하느님의 형이상학적 속성(전지전능, 자존성, 영원성, 무한성 등)보다는 하느님의 도덕적 속성(, 사랑, 지혜 등)에 집중해서 소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 속합니다. 주님께서 기도하실 때 홀로 성부와 계셨기에, 제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므로, 성부와 영원히 공유하는 당신 신적 사랑과 자비가 비천한 우리 각자의 삶에 구체적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선적으로 당신 기도 안에서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우리 역시 먼저 기도 안에서 만나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여러 정의 중 기도하는 인간이 중요합니다. 교회 전통은 기도하는 인간을 사람을 의미하는 homo가 아니라 마음을 의미하는 cor를 사용하여 cor orans로 표현합니다. 라틴어로 cor는 전체로서 인간을 지칭합니다. 통상적으로 접하는 인간은 감성과 지성이 따로 놀기 일쑤입니다. 지성이 없는 기도는 자기연민과 자기애에 기반한 낭만주의나 감성주의에 빠지기 쉽고, 감성 없는 기도는 결국에는 보상주의에로 수렴됩니다. 이렇게 모자란 기도는 결국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카르멜산 위에서 엘리야를 상대로 경합을 벌이며 온종일 자신을 스스로 상처입히고 절룩대며 부질없이 기도한 바알의 예언자 사백오십 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사백 명에게서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황소를 데려다가 준비해 놓고는,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바알의 이름을 불렀다. ‘바알이시여, 저희에게 응답해 주십시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대답도 없었다. 그들은 절뚝거리며 자기들이 만든 제단을 돌았다 ... 그러자 그들은 더 큰 소리로 부르며, 자기들의 관습에 따라 피가 흐를 때까지 칼과 창으로 자기들 몸을 찔러 댔다.”(1열왕 18, 26-28) 부족한 기도를 넘어 잘못된 기도는 결국에는 자기 파멸로 이끕니다. 뭔가 절뚝댐을 느낄 때, 피를 보기 전에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올 한해 루카복음과 함께 우리 각자의 기도를 점검해야겠습니다. “그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는 곧 그 사람이 내주하는 세상이다.”는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의 말이 밝히듯, 하느님을 상대로 한 나의 언어에서부터 출발하여 다른 이들을 상대로 한 나의 언어 점검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아울러 특별히 기도하실 때 제자들과 함께해주신 주님과 기도할 줄 모르는 우리 안에서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해주시는 성령(로마 8,14-15.26)께서 성부의 양손’(리옹의 이레네오)으로서 우리를 이끄시고 떠받들어 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 기도가 고립되어 있지는 않은가?
  • 기도가 너무 협소하지 않은가?
  • 기도가 불안에만 기인하지 않는가?
  • 기도 안에 미리 함께하시는 주님 현존과 내 안에서 나 대신 기도해주시는 성령의 목소리를 감지하는가?
  • 일상의 언어가 내 기도의 반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가?

 

거창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여전히 모자라고 잘못된 나의 기도가 어둠의 골짜기에서도함께 하시는 주님을 통해 정화되기를 청하는 한 해 되길 빕니다.

 

2024년 대림 1주일

거창본당 주임 이진수(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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