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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성서 주간 담화
(2026년 11월 22-28일)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에페 5,8-9)

 

              성서.jpg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성서 주간을 시작합니다. 교회력에 따른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을 말씀과 함께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올해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첫 번째 회칙인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발표하셨습니다.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눈부시게 발전하며 빠른 속도로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학의 진보 앞에서 더욱 숙고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가치와 역할과 책임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공동선을 향한 여정이어야 하고(「고귀한 인류」, 59항 참조), 개인의 이득을 넘어 인류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느님 모상으로서(창세 1,26-27 참조)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의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에페 5,8-10). 

 

어둠과 빛의 대조는 요한 복음서의 주요한 주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1,9)으로 소개되고, 그분께서도 “나는 세상의 빛이다.”(8,12)라고 선포하십니다. 이 세상 안에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빛 속에서 살아갑니다(1,12 참조). 

 

빛의 자녀로 살아가고 빛의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말씀’과 ‘성사’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말씀을 삶의 중심에 두고,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이를 누구보다 명확하게 표현한 바오로 사도는, 말씀과 믿음의 관계를 이렇게 전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믿음은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말씀을 듣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려는 자세입니다. 말씀이 가진 힘은 인간의 나약함에도 우리를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합니다”(2티모 3,16-17).

 

신앙생활의 다른 축인 성사는 ‘하느님 사랑과 은총의 가시적 표지’로 교회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구원의 업적을 드러냅니다. 그러기에 성사를 통하여 활동하시는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場)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성사는 다른 종교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서 “참으로 은총을 가져다주며, 그 집전은 신자들이 그 은총을 알차게 받고 하느님을 바로 예배하며 사랑을 실천하도록 매우 잘 준비시켜”(전례 헌장, 59항) 신앙을 기르고 굳건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은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분의 사랑은 말씀과 성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지고,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 안에서 드러납니다. 우리는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빛의 자녀들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에페 5,8). 선을 행하고 의로움을 찾으며 진실을 추구하면서 우리도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맺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자연재해와 전쟁이라는 어둠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믿음 안에서 굳건해지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모두 세상에서 빛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주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모든 이가 빛의 자녀가 되고 빛의 열매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주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2026년 11월 2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한 정 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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