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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농민 주일 담화문

생명을 키워 내는 농촌과 농민을 기억합시다

 

  오늘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땅에 의지하여 생명을 키워 내는 농민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농민 주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땅을 일구고,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피조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의 집’은 황폐해져 가고, 생명을 키우는 농민들은 우리 관심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모든 피조물이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날을 꿈꾸고,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어야 할 사람들입니다(로마 8,21-22 참조). 

 

  하느님 나라를 향한 회개는 인간의 정신적인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뉘우침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세우신 생태계 전체의 질서와 공식을 훼손해 온 우리의 오만과 남용과 방관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고 회심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우리의 미온적인 태도가 하느님의 피조물에 어떻게 해를 끼쳐 왔는지를 성찰하고, 우리가 생명으로 더 가까이 가고자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며 어떻게 삶을 변화시켜 나아가야 할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농업과 농촌 그리고 밥상을 살리는 것은,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생태적 성찰의 시작입니다. 우리의 생태적 성찰은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 함께 보편적 친교를 이루고 있는 사랑의 공동체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 친교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생명을 살리고 건네는 상생의 생명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농촌은 생명 공동체의 시작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입니다. 농촌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생명 공동체를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가르칩니다. 우리는 생명을 키워 내는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생명 공동체를 살리려고 애쓰는 농민들은 오늘의 사회에서 힘없는 소수자로 밀려나고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이한 우리는 농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이 어떠한지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농민들은 이 땅에서 생명을 심고 지키는 사도들입니다. 이 생명의 수호자들에게 우리의 기도와 힘을 보태야 합니다. 밥상과 환경이 훼손된 이 시대에,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한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내는 성스러운 직책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가꾸고 돌보는 사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오랫동안 생명의 밥상을 지키려는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이 운동은 생명 농산물을 도시와 농촌이 함께 나눔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생태 사도직 활동입니다. 이는 우리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상은 현세적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과 생태계가 공존하는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을거리를 제대로 나누는 것이 생태적인 신앙 고백이며,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따라서 농업, 농촌 그리고 농민의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고 기도할 때,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생활 공동체 운동만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합시다.

 

  농부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 세상 안에 생명을 심는 농민들에게 주님의  은총과 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18년 7월 15일 제23회 농민 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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