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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사랑하는 교우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동료 성직자들께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빕니다.
무엇보다도 반갑고 기쁜 일은 갈라졌던 우리 민족이 ‘평화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겹겹이 쌓여 있겠지만, 절망과 죽음 속에서도 부활의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우리이기에 이 평화의 길이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간절히 간절히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이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아서 인간의 수고와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에게 “나는 당신들에게 평화를 주고 갑니다. 내 평화를 당신들에게 주는 것입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릅니다.”(요한 14,27 : 공동번역 1971년판)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사적으로 한때, 로마의 평화(Pax Romana)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런 평화야말로 로마군대의 무력에 의해 유지된 것이었으니 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세상이 주는 평화’일 따름입니다. 그에비해 당신께서 남겨주시고자 했던 평화는 아버지와 함께 있음으로써 아버지로부터 얻어지는 평화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음으로써 아버지의 사랑을 담뿍 받은 아드님은 그 사랑에 힘입어, 그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을 통하여 당신 생명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화를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요한 20,1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죽기 전에 약속하신 바로 그 평화가 이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입니다. 평화 자체이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영을 불어 넣어주시며 누구의 죄든지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평화의 길,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하느님의 사랑이며 그 한 걸음 한 걸음의 구체적 내용은 우리가 서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평화는 이렇게 우리네 삶의 가장 구체적인 모습인 서로 용서하고 서로 얼싸안는 데서 시작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남과 북이 서로 평화의 길로 걷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쟁과 오랜 군사대치로 수없이 흘린 동족상잔의 피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문제겠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우리 사회 안에 형성된 서로 다른 생각 때문에 굳을 대로 굳어져 버린 갈라진 마음을 화해와 용서로 모으는 일일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우리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은혜로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미움과 분노에서 벗어나 용서의 기쁨 속에서 참 평화를 이루어 가시길 간절히 빕니다. 저 자신 또한 주교라는 직분이 여러분에게 엎드려 봉사하기 위해서 있을 뿐, 한 인간으로서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보니 밀이 아니라 가라지 같은 용서받아야 할 내 속 모습 때문에 하느님 앞에 엎드려 빌고 또 빌게 됩니다. 제발 거짓 없이 살게 해달라고, 위선자가 되지 않게 지켜주시라고 말입니다.

 

끝으로 여러분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 천주교 마산교구 신자들은 더 이상 손가락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말고 우리 이웃들이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는 바로 그런 사람 곧 용서하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우리 천주교 신자들마저 자기 마음대로 살아간다면 나라의 미래는 마지막 희망인 우리 때문에 더 허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 그 곁에 서 계셨던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서로 용서하며 우리 주 예수님의 남은 고통을 기꺼이 지고 갑시다. 참 좋아하는 시편 한 구절을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사랑과 평화가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주님 안에 늘 평안하소서.

 

            자비와 충성이 서로 마주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함께 입 맞추리라
            땅에서 충성이 움터 나오면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주께서 행복을 내려주시면
            우리 땅은 열매를 맺어주리라.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나가면
            구원은 그 걸음을 따라가리라.
            (시편 85,11-14 : 최민순 신부 역)

   

 

2020년을 준비하는 대림절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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