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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교구장 사목교서

 

“마음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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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코로나를 2년이나 겪다 보니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했는데, 이제는 치아가 거의 없으신 할머니 입에서도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술술 나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어렸을 때도 몸에는 이가, 뱃속에는 회충이 득실거렸던 ‘위드 벌거지(벌레)’ 시대였습니다. 코로나 사정이 아직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교회는 대림절로 다시금 신앙의 한 해를 시작합니다. 지난해는 「나해」였기에 주일 복음이 주로 두 번째 복음서인 마르코 복음을 중심으로 되어 있었고, 올해는 「다해」로 세 번째 복음서인 루카 복음을 중심으로 주님의 삶과 가르침을 묵상하게 됩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 버렸지만, 꼭 다시 새겨야 할 지난해 2021년은 한국천주교회가 첫 사제들인 김대건, 최양업 두 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희년으로 선포한 한 해였습니다. 이 희년 동안 우리는 특별히 죽음이 설쳐대는 순교 당시의 기막힌 처지 속에서도 떳떳하고 의연하게 복음을 전하신 두 분의 모습을 기리고 그 삶을 본받아 실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우리들의 노력은 너무나 미미하였고, 희년의 정신을 살아감에 있어 누구보다도 크게 동참했어야 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의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엎드려 기도하는- “영적 다가섬”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고 핑계를 댈 수만은 없는 부끄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농부와 농사일을 두고 자주 비유 말씀을 하셨기에 저도 우리 교회를 논밭에 한 번 비유해 봅니다. 무릇 소출이 잘 되려면 농부가 열심히 논밭을 돌봐야 합니다. 그래야 기름진 논바닥이 되고 풍부한 밭뙈기가 되어 거기로부터 작물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교회의 사정도 이와 같음을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코로나 때문에 미사를 위시한 교회 생활 전반이 참으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신자분들의 신앙 상태가 더 열악해지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본당 신부님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지만 많은 한계를 토로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천주교회가 처음 시작될 때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것도 어느 누가 전해서가 아니라 진리에 대한 내적 갈증이 복음을 들여오게끔 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직자 한 분 없는 가운데서도 순교의 칼을 기꺼이 받아 가며 들불처럼 살아남아, 조선 천주교회는 진리에 목마른 우리 백성에게 영적 생명수가 되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진심으로 꼭 한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미지근한 신앙생활에 만족하십니까? 목숨을 바쳤던 우리 신앙 선조께 다소 미안하긴 하지만 그저 지금의 경제적 안락함이 마음에 더 와닿고 우선하는지요? 이렇게 묻고 있는 주교가 원망스럽기까지 하신지요? 사랑하고도 사랑하는 우리 신부님들께도 묻습니다. 본당 신자들이 하느님 사랑을 담뿍 받고 신앙의 기쁨 속에 살아가는 그런 신앙인들이 되기를 바라며 온 마음으로 투신하고 계시는지요? 아니면 그렇게 나름대로 애써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체념하며 그저 그렇게 살고 계시는지요?

 

젊은 신부 때는 제가 노력한 만큼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인간적인 모습으로는 보여 줄 게 별로 없다는 사실과 또 그럴수록 죄스러운 내 속 모습이 드러날 뿐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제는 자신의 멋진 장기와 수단을 보여 주려 하지 말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 혹은 약점을 끌어안고 깊이 묵상하여 그것이 자기 십자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은총의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 때 무대 위에 올라가 선생님을 따라 노래하며 춤추는 1학년 아이들과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을 따라 손을 놀리고 발을 굴려보지만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빈번히 틀립니다. 그래도 선생님을 따라 해 보려고 이래저래 움직이는 모습이 밑에서 보고 있는 부모의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고 장하기만 합니다. 하느님께서 부족한 주교와 우리 신부님들을 보는 눈도 그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2022년을 준비하는 대림절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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