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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4월 26일-5월 2일)
정(情)과 주님의 사랑을 구별하세요

장재봉 스테파노 부산교구 월평성당 신부

매주 만나는 레지오 회합은 한국인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집니다. 끈끈하게 맺어진 서로의 정은 함께 신앙을 성장시키는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정으로 뭉친 마음은 본당 일을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는 동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듯이 정이 한 쪽으로 치우칠 때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정의 부작용은 미처 정들지 않은 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바로 사람을 가려 대하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활동에는 열심이고 미사에 ‘거룩하게’ 몰입하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정든 ‘자기들끼리’만 반기고 담소하고 지낸다면 정의 포로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나아가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극도로 무심하다면, 별로 교류가 없는 사람과는 전혀 무관심하게 지낸다면 정의 울타리에 갇혔다는 증거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잘 모르는 사람과 정든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 차이가 있다면 정의 환자가 된 것입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끼리끼리만 통하는 부작용은 사랑의 공동체인 쁘레시디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모습인 까닭입니다.
주님은 어느 누구도 제외시키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그분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소속을 구별하고 같은 반, 통하는 사람, 내가 편하고 좋은 사람하고만 어울린다면 예수님께서는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내 모습이 아니다”며 나무라실 것입니다.
일치와 사랑은 겉치레가 아닌 진심 안에서 형성됩니다. 기도에 앞서, 미사참례에 앞서, 쁘레시디움 회합에 앞서, 구분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져주십시오.
“혼자서 하느님께 다가가려고 하지 말라. 그분은 당신에게 반드시, ‘너 형제와 자매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실 테니까”라는 시인 샤를 폐기의 말을 새겨, 주님의 몸인 교회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가꿔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