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2018.12.22 18:28

교구장 성탄 담화문

조회 수 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0||0

2018년 성탄 담화문

 

 

1-배기현 주교 문장.jpg

 

불쌍한 목동들이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베들레헴,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루카 2,8)고 합니다. 주로 어린 목동들이었던 이 가난한 소년들이 차가운 밤, 들에서 허기진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차라리 양이었다면 털이라도 있어 추위를 면하련만, 차라리 짐승이었다면 뿔이라도 있어 들이받기라도 하겠건만, 지치고 굶주린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딱정벌레처럼 온몸을 끌어안고 이 밤의 추위를 견디는 일 뿐입니다. 추위를 견디며 겨우 잠들었지만 유다 산골의 거센 모래바람이 악마처럼 소리치며 할큅니다. 그 소리는 늘 두려움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이 밤에 찾아온 두려움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몹시 두려워하는 목동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천사의 알림을 듣고 목동들은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찾아냈습니다. 구유에 누운 아기를 발견한 목동들은 그 아기에게 폭 빠져 모든 것을 잊고 자신들이 아기가 됩니다. 짐승 같았던 지난날은 사라지고 한없이 사랑받는 귀한 아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목동들이, 그 아이들이 아기 예수님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만에 하나 저 아이들이 예수 아기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면, 저는 저들이 너무 불쌍해서 울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이 아이들이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구유에 누워있는 갓난아기가 자기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임마누엘)이 어린 목동들에겐 모든 현실을 뛰어넘는 기쁨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목동들이 가졌던 그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기쁨이 다른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그 사실 때문이면 좋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파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달리 말하면 지금이 우리가 주님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이고, 또 주님을 더 잘 알아보고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때임을 일깨워줍니다. 천사는 구세주의 탄생을 권세 있는 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천한 목동들에게 먼저 알렸습니다. 비천함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비천한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둠이 깊으면 빛은 더 환하게 드러납니다. 우리의 현실이 어둠일수록 주님의 빛은 더 강하게 비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빛은 가장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부터 비칩니다. 그러니 목동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 빛을 찾아 나아가야 합니다. 더 낮은 곳으로,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발걸음을 옮길 때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고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목동들이 가졌던 기쁨,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그 사실 때문에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잊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바로 그 기쁨이 우리의 기쁨이 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합니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거창성당 26대 사목협의회 조직표 file 프란치스코 2019.12.01 337
45 아나바다 수익금 기부 file 하비 2019.10.21 107
44 [ 한사람의생명 ]관련하여, 함께 기도바랍니다 . . file 그레고리오 2019.08.27 140
43 교구 설정 50주년 기도문 file 관리자 2014.02.05 471
42 홈페이지의 개선점이나 바람이 있다면 관리자 2010.06.17 1140
41 <b>신규회원 가입시 유의사항 file 관리자 2010.03.25 1238
40 제14회 교육 주간 담화문 관리자 2019.05.15 94
39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8 발행 file 관리자 2019.04.17 147
38 2019년 사순 시기 교황 담화 file 관리자 2019.03.21 137
37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선종 10주년 file 관리자 2019.02.16 132
36 2018년 마산교구 통계 file 관리자 2019.02.16 90
35 제18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문 관리자 2018.12.26 103
34 2019년 교구장 사목교서 관리자 2018.12.22 102
» 교구장 성탄 담화문 관리자 2018.12.22 83
32 가정성화주간담화문 관리자 2018.12.15 75
31 사형제도 폐지/종신형제도 입법화를 위한 서명 운동 file 관리자 2018.11.24 96
30 교구청 이전을 위한 기도 file 관리자 2018.11.24 105
29 제34회 성서 주간 담화 관리자 2018.11.24 62
28 찾아가는 성가봉사단원 모집 관리자 2018.11.15 96
27 제23회 농민 주일 담화 관리자 2018.07.10 98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