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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구장(이성효 리노)-축소.jpg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루카 24,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그로 인한 고통,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과 만연해 있는 사회적 고립 현상은마치 커다란 돌처럼 우리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때로 이런 절망감을 토로하게 됩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하지만 바로 그때, 부활하신 주님께서우리 곁에 다가오십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합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체념 속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예수님께서 먼저 다가오시어 그들과 함께 걸어주셨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 믿었습니다”(로마 4,18). 아브라함 역시 희망 없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그와 함께 계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따라서 희망은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희망을 미래에서 찾으며 “먼 훗날,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과거는 이미 없고, 미래는 아직 없으며, 현재만이 존재합니다”(『고백록』 11, 14). 그러므로 희망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 안에서 시작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현재 일상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우리가 지쳐 있거나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주님께서는 조용히 다가오셔서 물으십니다. “무슨 일이냐?” 그리고 우리와 함께 걸어가 주십니다.

 

 

희망,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

오늘날 우리는 기술이 우리 삶을 대신하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마치 우리의 선택을 대신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불안을 줄여줄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기술 문명 덕분에 이동 능력과 생산 능력,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억과 계산, 분석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기술에 있지 않습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문헌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 주체성을 잃을 때, 더 나은 공동의 미래를 향한 희망도 함께 사라집니다”(『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주체성 회복』 한글본 출간 예정). 부활은 바로 이러한 희망을 다시 일으키는 사건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 인간의 고귀함을 일깨워주시고, 이 혼돈의 시대에 나아가야 할 바를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부활은 우리가날로 발전하는 기술에 휘둘리거나 잠식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다른 이들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주체성을 지닌 사람이 되도록 변화시켜 줍니다.

 

 

새로운 가난 속의 희망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오늘날 우리 곁의 ‘새로운 가난’ 안에서 당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계십니다(『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서문, 참조).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있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길입니다. 바로 그곳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과의 만남, 내적인 친밀함 안에서만 우리의 참된 인간성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자기 삶의 터전을 떠나온 이주민들과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 상처 입은 가정과고립감을 겪고 있는 노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에서 내쳐지고 버려진 이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희망은 혼자서 붙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어 그들의 지친 손을 잡아줄 때, 우리는 단지 선행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을 살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은총의 순례

주님께서 빵을 나누실 때, 엠마오의 제자들은 비로소 주님을 알아보고 곧바로 길을 돌이켰습니다. 우리도 말씀과 성찬 안에서 날마다 주님을 만납니다. 희망은 지금의 이 만남에서 시작되는 은총의 순례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 교구를 이끌어오신 하느님의 손길은 이제 다음 세대인 청소년과청년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2027년에 있을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해 청년들과 함께 하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의 세대들은 부활의 기쁨을 안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순례자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올해 교구 설정 60주년과 교구청 신청사 봉헌이라는 뜻깊은 기쁨과 은총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교회 담장을 넘어, 우리 지역의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까지 전해져야 할 보편적인 희망의 사건입니다. 교구청사는 우리를세상과 단절시키는 성벽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쉬고 영혼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의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구민 모두가 각자 삶의 자리에서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순례자가 되어, 우리 지역 사회 곳곳에 평화와 생명의 향기를 전합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평화의 모후님!

복자 신석복 마르코, 구한선 타대오, 정찬문 안토니오,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박대식 빅토리노, 윤봉문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6년 4월 5일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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